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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작년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을 그냥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이 구글의 역대 최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기차 캐즘에 반토막 난 주가, 외국인 보유 비율 역대 최저, 그러면서도 조용히 쌓이는 수주 잔고. 지금 이 종목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습니다.
ESS 수주, 이게 진짜 시작인가요?
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AI 데이터 센터가 배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런데 구조를 뜯어보고 나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AI 데이터 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합니다. 그 해답으로 떠오른 게 바로 태양광 발전과 ESS의 조합입니다. 여기서 ESS란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낮에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배터리에 담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형 배터리 창고입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들이 데이터 센터를 지을 때 이 ESS를 필수로 집어넣기 시작했고, LG에너지솔루션이 드디어 구글로부터 ESS 공급 계약을 따냈습니다. 규모는 2.9 GWh 기준으로 3,000~4,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더 눈여겨볼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중국산 ESS에 43.4%의 관세를 매겼고, 상호 관세까지 더하면 58%에 달합니다. CATL, BYD 같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진 셈입니다. 미국 유틸리티 업체들 입장에서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 빈자리를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채우고 있습니다(출처: U.S.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LG에너지솔루션은 자회사 버테크(Vertech)를 통해 ESS를 단순 부품이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과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통합 시스템으로 납품합니다. 여기에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까지 온전히 가져갑니다. AMPC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을 생산하면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인데, 전기차용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와 절반씩 나눠야 하지만 ESS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혼자 다 가져갈 수 있습니다. 마진 구조 자체가 다른 겁니다.
- 구글 ESS 수주: 2.9GWh, 약 3,000~4,000억 원 규모
- 중국산 ESS 관세 58%로 경쟁사 가격 경쟁력 사실상 소멸
- 버테크 통해 통합 시스템 납품 → 마진율 개선
- AMPC 세액공제 100% 수취 가능 (전기차 대비 유리)
2차전지, 지금이 바닥인가요?
제 경험상 주가가 이렇게까지 짓눌려 있으면 보통 두 가지 경우입니다. 진짜 망해가거나, 아니면 아무도 안 볼 때 몰래 비중을 늘려가며 준비 중이거나. LG에너지솔루션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주가는 2025년 10월 50만 원대를 찍은 뒤 현재 30만 원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거의 반토막입니다. 그런데 외국인 보유 비율이 5.5%로 역대급 최저 수준입니다. 기관도 마찬가지로 비중이 낮습니다. 이게 무섭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면 조금만 매수세가 들어와도 주가 탄력이 붙을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오히려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건 누구나 압니다. 기저 효과 때문에 미국 시장은 올 9월까지는 좋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7~9월에 전기차 수요가 집중됐던 탓에 올해 같은 기간에 역성장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악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오히려 유럽 쪽 흐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보조금을 부활시키고 법인 차량 세금 감면까지 더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5~30%대 판매 증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6월 데이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라는 수치가 실제로 나왔습니다(출처: ACEA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 저도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유럽에서 CATL이 독일과 스페인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유럽판 IRA로 불리는 산업 가속법(Net-Zero Industry Act)이 걸림돌입니다. 이 법은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유럽 현지 인력과 자본이 실질적으로 투입돼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SK온의 헝가리 공장, 삼성 SDI의 현지 생산 라인은 이미 가동률이 실제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중국 배터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한국 배터리 3사의 유럽 포지션은 오히려 단단해지는 구조입니다.
턴어라운드, 숫자로 얼마나 될까요?
제가 투자 종목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이익 방향입니다. 주가가 아무리 싸도 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회사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보면 지금이 꽤 흥미로운 구간입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매출은 약 20조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 전기차 부문이 10조 원, ESS 부문이 10조 원으로 절반씩 채우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ESS 매출이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3배 넘게 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전기차는 1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줄었습니다. ESS가 전기차 부진을 메우고도 남는 구조입니다.
영업이익 전망은 더 눈에 띕니다.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4조 원으로, 올해 1조 원 수준 대비 4배 증가가 예상됩니다. 2028년에는 6조 2,000억 원까지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여기서 PER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PER(주가수익비율)이란 현재 주가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지를 나타내는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2028년 기준 PER 추정치가 25배 수준이라면, CATL이나 파나소닉 같은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더 이상 비싸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삼성 SDI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삼성 SDI도 ESS 라인 전환을 진행했고, 올해 흑자 전환 예상 영업이익이 509억 원입니다. 내년에는 1조 5,000억 원, 2028년 역대 최고치인 1조 8,000억 원을 목표로 합니다. 성장 방향은 같지만, 절대 이익 규모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실적으로 코스피 시총 상위권을 다시 정당화할 수 있는지, 저는 숫자가 그 답을 내주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LFP 배터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LFP란 리튬인산철(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를 말하는데,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던 핵심 무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LFP 양산을 시작했고, 리튬 가격도 최근 반등하면서 원가 부담 완화 기대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리튬 세계 1위 업체 앨버말(Albemarle)도 올해와 내년 리튬 가격이 30~4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G에너지솔루션이 ESS 기업이라고 봐도 되나요?
A. 전체 매출에서 ESS 비중이 이미 40% 이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기여도는 그 이상입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 분류하기엔 ESS 쪽 비중이 너무 커졌습니다. 시장의 인식이 바뀌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Q. 전기차가 안 팔리는데 2차전지 주식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전기차 캐즘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AI 데이터 센터용 ESS 수주 사이클이 새로 열리고 있는 시점입니다. 전기차 악재만 보고 ESS 모멘텀을 같이 놓치는 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AMPC 세액공제가 LG에너지솔루션에 얼마나 중요한가요?
A. ESS용 배터리는 전기차와 달리 세액공제를 완성차 업체와 나눌 필요가 없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량 수취하는 구조입니다. 버테크를 통한 통합 시스템 납품까지 더하면 ESS의 마진율은 전기차 배터리보다 훨씬 높게 형성됩니다.
Q. 삼성 SDI와 LG에너지솔루션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요?
A. 방향은 같습니다. 두 회사 모두 ESS 라인 전환을 진행 중이고 실적도 개선됩니다. 다만 절대 이익 규모와 성장 폭은 LG에너지솔루션이 훨씬 큽니다. 삼성 SDI의 2028년 목표 영업이익이 1조 8,000억 원인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6조 2,000억 원 수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론
저는 지금 LG에너지솔루션을 두고 딱 한 가지만 계속 생각합니다. 이 종목을 깎아내릴 새로운 펀더멘탈 악재가 지금 더 나올 수 있냐는 겁니다. 전기차 부진은 이미 알려졌고, 중국 추격도 이미 반영됐습니다. 반면 AI 데이터 센터 ESS 수주는 이제 막 사이클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AI 데이터 센터는 1에서 100까지 왔다. ESS는 1에서 30만 가도 폭발적 성장이다"라는 표현이 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습니다. 지금 LG에너지솔루션을 전기차 주식으로만 보는 시각은 조금 아쉽습니다. ESS 수주 잔고가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한 지금,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