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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 소식이 나왔을 때, 솔직히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인 수주전이 허사가 됐다는 뉴스에 주가는 즉각 반응했고, 당시 포지션을 들고 있던 제 입장에서도 꽤 불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발짝 물러나서 보면, 지금 조선업 사이클은 2007년과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한국 조선주의 경쟁력 원천부터 수주 모멘텀, 그리고 실제로 제가 구성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방향까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한국 조선업 경쟁력, 중국과 무엇이 다른가
중국이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절반을 넘기는 시대가 됐습니다. 수치만 보면 한국 조선업이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직접 이 섹터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전혀 달랐습니다. 중국이 택한 전략은 양(量)의 게임이었고, 한국은 처음부터 그 게임에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고부가가치선(High Value Vessel)입니다. 여기서 고부가가치선이란, 단순히 화물을 싣는 벌크선이 아니라 이중연료 엔진(Dual-Fuel Engine)을 탑재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메탄올·LPG 추진선처럼 기술 난도가 높아 아무나 만들기 어려운 선박을 말합니다. 한정된 도크에서 만들 수 있는 배라면, 당연히 한 척당 가치가 높은 배를 골라 만드는 게 합리적입니다.
이중연료 엔진(Dual-Fuel Engine)이란, 기존 중유(HFO)와 LNG·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엔진입니다. 쉽게 말해 주유소에서 휘발유도, 전기도 함께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개념인데, 선박용으로 구현하는 기술 장벽이 상당히 높습니다. 2026년 1분기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중국 조선소로 향하는 엔진 관련 수주 비율이 68% 이상에 달하는 것도, 한국 엔진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 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선박 시장에서도 이제 공급 집중 리스크를 경계하는 시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배를 발주하는 선주사(Ship Owner) 또는 해운사 입장에서는 한 나라가 전 세계 조선 물량을 독점하는 상황이 반갑지 않습니다. 납기 지연, 품질 편차,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공급선 다변화 수요는 자연스럽게 한국 조선업체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전 세계 친환경 선박 비율: 척수 기준 약 3% 미만, 톤수 기준 약 9% 수준 (출처: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 목표 수준(30~40%)까지 도달하는 데 추가로 약 10년이 필요한 구조
- 중국산 이중연료 엔진 수요의 상당 부분을 한국 기자재 업체가 공급 중
수주 모멘텀, 지금 어디를 봐야 하나
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 이후 주가가 한동안 크게 조정을 받았을 때, 제 경험상 이런 구간이 오히려 냉정하게 구조를 다시 볼 기회였습니다. 단기 수주 실패가 섹터 전체의 사이클을 바꾸지는 않으니까요.
2026년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수주 모멘텀은 크게 세 갈래입니다. 먼저 해양 방산(Naval Defense) 수출입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태국·필리핀·페루·사우디아라비아·모로코, 그리고 유럽 일부 국가까지 수주 공략을 넓히고 있습니다. 태국 해군 차기 호위함 사업(약 8,000억원 규모)은 연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후속 발주 3척까지 감안하면 단순한 첫 수주가 아닙니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와는 이미 2024년 수상함 4척 수출 계약을 맺고 공동 건조를 진행 중이며, 이를 발판으로 잠수함 선도함 건조 계약을 연내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과의 한·미 마스가(MASGA) 조선 협력입니다. 마스가(MASGA)란 Military Afloat Sealift and Sustainment의 약자로, 미군의 해상 전력 유지 및 보급을 위한 선박 조달·유지 협력 체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전투함뿐 아니라 전략 상선까지 한국 조선소와 함께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함정 10척 건조 가능 여부를 직접 물었고, 이후 미 해군이 국내 조선 3사에 정보요청서(RFI)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내 한·미 조선 협력 파트너십 센터 개소가 예정되어 있어, 이 시점이 하나의 레벨업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변수입니다. 존슨법(Jones Act) 개정이라는 높은 장벽이 남아 있고,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방부 예산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670억 달러 규모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지만 처리가 교착 상태이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방부).
세 번째는 신사업 모멘텀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과 684㎿ 규모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액만 6,271억원에 달합니다. 선박용으로 개발한 LNG 연료 기반 힘센(HiMSEN) 엔진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조선소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공급자가 되는 그림이 이렇게 빨리 현실화될 줄은 몰랐거든요. 여기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핵심 설비인 진공 용기 섹터 모듈 조립까지 완료하면서, HD현대중공업의 기술 스펙트럼은 단순 조선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전략, 저는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조선주 투자에서 제가 가장 경계하는 건 2007년의 기억입니다. 그때 벌크운임지수(BDI)가 1,000~2,000포인트 수준에서 11,793포인트까지 치솟았다가 5개월 만에 반토막 났고, BDI가 꺾이자 조선주는 리먼 사태보다도 먼저 무너졌습니다. 그 기억 때문에 지금도 '이쯤 올랐으면 내려갈 때 된 거 아냐'라는 불안이 생기는 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지금 발주의 원인은 그때와 다릅니다. 지금 배를 발주하는 이유는 운임 상승에 올라타려는 투기적 수요가 아니라, 국제해사기구(IMO) 탄소 규제(CII 등급, EEXI 기준)에 대응한 의무적 교체 수요와 각국 해군 현대화 수요가 핵심입니다. CII(탄소집약도지수)란 선박이 화물 1톤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등급화한 규제로, 등급이 낮은 선박은 운항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 규제가 발효되면 노후선 운항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발주 이유가 단순히 '운임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발주 이유가 꺾이지 않는 한,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한 실적 가시성은 유지됩니다.
제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세운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완성 조선 업체는 성격에 맞게 나눠 가져가는 것, 필수 기자재 업체를 병행 편입하는 것, 그리고 개별 종목 리스크를 낮추고 싶을 때는 조선 ETF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완성 조선 업체별로 보면, HD현대 그룹(HD현대한국조선해양)은 방산·상선·해양플랜트·엔진까지 전 사업부를 커버하는 구조라 조선 관련 어떤 뉴스가 나와도 거의 다 연결됩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Offshore Plant) 비중이 높고, 한화오션은 해양 방산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기자재는 특정 선종에만 들어가는 품목보다 어떤 배든 반드시 필요한 필수 기자재, 그중에서도 엔진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제 경험상 변동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ETF는 미래에셋·삼성자산운용의 조선 ETF, 신한자산운용의 레버리지 조선 ETF 및 기자재 ETF 등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어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HD현대한국조선해양: 방산·상선·해양플랜트·엔진 전 영역 커버, 신규 수주 뉴스의 수혜 범위가 가장 넓음
-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비중 높음, LNG FPSO 발주 사이클과 연동
- 한화오션: 방산 비중 높음, 태국·모로코 등 해양 방산 수출 수혜 기대
- 필수 기자재 엔진 업체: 선종 불문 필수 탑재, 가격 조정 후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
- 조선 ETF: 종목 리스크 분산, 섹터 전반의 낙수 효과 균등 흡수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조선주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거 아닌가요?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A. 단기 등락은 있지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해양 방산 수출이라는 두 개의 수주 엔진이 동시에 작동 중인 구간입니다. 중요한 건 수주 잔고가 유지되는 동안은 실적 가시성이 살아 있다는 점이고, 발주 원인이 꺾이지 않는다면 지금 레벨에서 섣불리 이탈하는 게 오히려 기회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기 이벤트보다 사이클 전체의 구조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한·미 마스가(MASGA) 협력이 조선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미국 내 조선 건조 단가가 시장가 대비 5~6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조선소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신시장입니다. 다만 존슨법 개정, 미 의회 예산 승인, 미국·이란 전쟁 비용 압박 등 구조적 장애물이 남아 있어 올해 안에 실질적 수주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주가 모멘텀 차원에서는 파트너십 센터 개소나 RFI 결과 공개 시점이 반응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Q. 조선 ETF와 개별 조선주 중 어떤 걸 선택하는 게 나을까요?
A. 개별 종목은 특정 이벤트(방산 수주, 해양플랜트 발주 등)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반면 조선 ETF는 완성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를 동시에 담아 섹터 전반의 흐름을 고르게 추종합니다. 개별 종목을 분석할 시간이 충분하다면 완성 조선사 + 엔진 기자재 업체 조합이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ETF로 진입하는 편이 관리 부담이 낮습니다.
Q. 지금 조선주의 하락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A. 핵심 리스크는 발주 이유가 꺾이는 시나리오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 탄소 규제가 후퇴하거나, 친환경 선박 전환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기술적 변화가 생기거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상 물동량 자체가 급감하는 경우가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낮다고 보여집니다. 2007년처럼 운임이 꺾이면서 발주 이유가 사라졌던 패턴과 달리, 지금은 규제 기반 수요가 핵심인 만큼 단기 운임 지표보다 IMO 규제 방향을 주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결론
캐나다 수주 실패 이후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던 구간에서 저는 오히려 포지션을 정리하기보다 구조를 다시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친환경 선박 교체 사이클은 전체의 3~9%만 진행된 초입이고, 동남아·중남미·중동·유럽 방산 수출은 실제 계약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볼때 단기 이벤트로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조금 더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장기적인 모멘텀으로 볼 때 두 회사 모두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주 잔고와 발주 원인이 유지되는지를 분기마다 확인하면서 포지션을 이어가는 전략이 지금 사이클에 맞는 접근이라고 판단합니다. 현재 마스가 협력,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핵융합 장치 제작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한국 조선업의 다음 계단이 어디서 열릴지, 수주 뉴스 흐름을 계속 지켜보실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