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서론
저는 우리나라 조선3사인 HD현대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액화 천연가스 운반선(LNGC)이나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부유식 액화 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를 수주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보았습니다. 수주한 지역을 보면 오세아니아,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확장하고 있으며 조선 부문 수주 잔고만 보더라도 HD현대 중공업의 경우 2025년 총 매출 12조 4,630억기준 현재 수주잔고가 55조 5,739억으로 약 4.5년치의 수주잔고가 남아있습니다. 한화오션의 경우 2025년 조선 매출 총 12조 5,542억, 현재 수주잔고 33조 81억으로 약 2.6년치의 수주잔고가 남아있고 삼성 중공업의 경우 2025년 조선 매출 총 10조 4,363억, 현재 수주잔고 35조로 약 3.4년치의 수주잔고가 남아있습니다. 한국 조선소들이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을 수주하는 사이 중국 조선소들은 컨테이너선 위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한국이 고부가가치 특수선시장의 70%를 쥐고 있다고 막연히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수주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LNG선조차 한국과 중국이 50대 50으로 갈렸습니다. 제가 직접 국내 조선3사와 가스공사 간 KC-1 화물창 분쟁 기사를 파고들면서 "우리가 기술을 개발해도 왜 못 쓰는가"라는 질문을 오래 품고 있었는데, 그 답의 절반은 기술이 아니라 기획력 부재에 있었습니다.
중국 조선업과의 경쟁, 숫자로 검증해 보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한국이 중국 조선업에게 추격당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제가 국제 수주 통계를 직접 확인해 보니 이미 10년 전에 역전이 끝난 이야기였습니다. 수주잔량(Order Book), 즉 현재 조선소가 앞으로 건조해야 할 선박의 총량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한 지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추격이 아니라 한국이 뒤쫓는 구도가 된 겁니다.
2024년 기준 전체 선종을 묶어보면 중국 70%, 한국 30%의 수주 비율이 굳어지는 흐름입니다(출처: Clarkson Research). 컨테이너선, 벌크캐리어(곡물·광물 등을 산적으로 운반하는 화물선)에서는 한국이 수주를 거의 못 하고 있고, 그나마 강점을 지켜온 LNG 운반선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이란 액화천연가스(LNG)를 영하 163도로 유지하며 운반하는 고난도 선박으로, 한국이 오랫동안 70% 안팎의 점유율을 지켜온 핵심 영역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LNG선만큼은 기술 장벽이 있어서 중국이 쉽게 치고 올라오기 어렵다고 봤는데, 중국은 조선소를 계속 신설하면서 LNG선 전용 도크를 따로 만들고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벽을 넘어버렸습니다. 중국 특유의 물량 전, 즉 단일 선종을 전담하는 도크를 대규모로 깔아 표준화·자동화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중국 조선업의 구조적 약점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무적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봐야 하는데, 중국 조선업의 시한폭탄은 인력 구조입니다. 중국 동부 연안의 인당 GDP는 이미 2만 달러를 넘었고, 대졸 젊은 세대는 조선업을 3D 사양산업으로 인식합니다. 건설업 불황 덕분에 지금은 인력이 일시적으로 몰려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조선소를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결정적인 약점은 중국에 외국인 노동자 제도가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한국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보완할 수 있지만, 중국은 그 선택지 자체가 닫혀 있습니다.
또한 중국 조선소는 건조 공정의 99%를 외주(하청)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외주 의존 구조란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 접합부에서 품질 관리 책임이 흐릿해지는 구조적 문제를 의미합니다. 파이프 연결 부위의 이물질 혼입처럼, 각자 자기 스콥만 챙기다가 경계면에서 결함이 발생하는 사례가 실제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결국 지금 한국 조선업이 지켜야 할 것은 30%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30%를 차지하는 품질 신뢰 자산입니다. 선박은 망망대해에서 엔진이 멈추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됩니다. 한국산 선박과 엔진에 대한 신뢰가 유럽 기자재 브랜드처럼 오랜 시간 쌓인 프리미엄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HD 현대의 힘센 엔진이 대표적입니다. 처음엔 선주들의 반발이 컸지만, 조선 호황기에 "슬롯이 필요하면 이 엔진을 써달라"는 방식으로 실적을 쌓았고, 지금은 영업이익률 40%가 넘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수주잔량·수주량·생산량 모든 지표에서 중국이 세계 1위, 역전된 지 10년 이상
- LNG 운반선에서도 2024년 기준 한중 50대 50으로 격차 급격히 축소
- 중국의 구조적 약점: 외주 의존 공정 품질 리스크 + 인력 이탈 가능성 + 외국인 노동자 제도 부재
- 한국의 생존 전략: 다품종 대량 생산 체계 유지 + 신뢰 기반 프리미엄 강화
미국 시장과 기획력, 우리가 몰랐던 숙제
마스가(MASGA) 펀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저는 단순히 투자금을 미국에 넣는 문제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관련 내용을 더 파고들수록 핵심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마스가(MASGA)란 Maritime Alliance for Shipbuilding Growth and Advancement의 약자로, 한국 조선업이 미국 내 조선 생태계 부활을 지원하는 협력 구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이 미국에 조선소를 지어주고 운영까지 설계하는 패키지 제안이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어디에 투자하면 됩니까?"라고 미국에 되물어보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솔직한 상황입니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미 조선협력센터 행사장에서 "1,500억 달러 투자하겠다고 한지 얼마나 됐는데, 지금까지 실제로 집행된 건 2억 달러도 안 된다"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는 이야기는 꽤 충격이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건 배가 아니라 조선 산업 그 자체입니다. 어느 지역에 조선소를 짓고, 부지·인프라·인력 양성·금융 회수 구조까지 포함한 종합 계획서를 들고 오라는 겁니다(출처: U.S. Department of Commerce).
제가 KC-1 화물창 분쟁 기사를 읽으면서 느꼈던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KC-1이란 프랑스 GTT사의 LNG 화물창 기술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한국 가스공사·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10년간 공동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 기술입니다.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실제 운항 중 콜드스팟 결함이 발생했고, 마침 조선업이 가장 어둡던 2019년 전후와 맞물리며 아무도 이 기술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특별 예산으로 리스크를 덮어줬다면 선례가 됐을 텐데, 업체끼리 법적 공방만 5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결국 외국 선주들 눈에 "한국형 기술 = 검증 실패"라는 인식이 박혀버린 겁니다.
기획력이 곧 마진율이다
원청이 계획을 짜면 마진의 30~40%를 가져갑니다. 시키는 대로 만들면 5~10%에 그칩니다. 이건 AI 데이터센터 투자 구조에서도, 방위산업 패키지 딜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한국 조선업은 지금까지 다품종 대량 생산 체계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선주가 사양을 정해 오면 어떻게든 만들어내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강점이 역설적으로 "백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게 만든 측면이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일본이 실패한 방식, 즉 표준화 선박을 밀어붙이다 선주 이탈을 경험한 방식과도 다릅니다. 한국에게 요구하는 건 존슨법(Jones Act, 미국 항만 간 운항 선박의 미국 내 건조 의무를 규정한 법률)과 같은 관련 법규 적용 문제 오류, 노후 크레인·부지 인프라 재건, 인력 양성 프로그램, 금융 회수 구조까지 포함한 산업 복원 설계도입니다. 이걸 우리가 먼저 만들어 들고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힘센 엔진의 성공 방식이 하나의 힌트가 됩니다. 호황기에 "이 엔진 쓰면 슬롯 줄게"라고 선주를 설득해 실적을 쌓았고, 지금은 부품 교체 수요로 40% 이상의 마진이 꾸준히 들어옵니다. 마스가 펀드로 미국에 조선 생태계를 설계할 때 우리 기자재, 우리 선급 기준을 처음부터 설계도 안에 집어넣으면, 배 한 척의 수익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서 수십 년간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가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기 기획의 가치는 단기 수주 경쟁의 결과물과 비교가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국 조선업이 LNG선도 따라잡았다는데, 한국이 아직 경쟁력 있나요?
A. 수주량 기준으로는 2024년 현재 한중 50대 50 수준으로 격차가 많이 줄었습니다. 다만 장기 품질 신뢰도와 다품종 대응 능력은 여전히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가 있고, 중국산 LNG선이 가격이 꼭 저렴하지도 않습니다. 납기와 슬롯 여유 면에서 중국이 유리한 상황이지 한국 기술이 열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마스가 펀드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아직도 진행 중인가요?
A. 마스가(MASGA)는 한국이 미국 내 조선업 부활을 지원하는 협력 펀드·구조 전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다만 실제 집행 속도가 매우 느려 미국 측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투자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조선소 부지·인력·금융 회수 계획까지 포함한 종합 계획서를 먼저 제안해야 한다는 게 현재 과제입니다.
Q. KC-1 화물창 기술 실패 이후 한국형 LNG 기술 개발은 어떻게 됐나요?
A. KC-1 콜드스팟 결함과 이후 법적 공방으로 인해 한국형 화물창 기술의 상업화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습니다. 차세대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으나, 한번 생긴 결함 선례 때문에 외국 선주들이 채택을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초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부담하는 구조가 없었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됩니다.
Q. 중국 조선업이 로봇·자동화로 가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로봇·자동화는 동일 선종을 반복 생산하는 구조에서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한국처럼 다품종 대량 생산 체계에서는 설계·계획·현장이 99.9% 일치해야 자동화가 의미를 갖기 때문에 단순 도입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봇 도입이 해법처럼 여겨지지만, 제 경험상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협업 현장 문화와 숙련 인력의 축적에 더 가깝습니다. 자동화보다 생산성 관리와 신뢰 품질 강화가 우선순위가 돼야 합니다.
결론
저는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암울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30% 시장을 지키면서 런 차이나 수요나 조용히 가져가면 되지 않겠냐고 봤는데, 파고들수록 그 30% 안에서도 이미 흔들리는 영역이 보였고, 동시에 상상 이상으로 넓힐 수 있는 영역도 있었습니다. 중국이 배를 짓기 위해 사용하는 철강 제품에서 조차 건설업 부진으로 인한 넘쳐나는 재고를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밀어내고 있고 조선업 또한 컨테이너선 전용 도크와 특수선 전용 도크 등 설비를 증설하여 생산 자동화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스위스 선 MSC, 세계 2위 덴마크 선사 머스크, 세계 3위 프랑스 선사 CMA CGM 등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를 중국이 모두 흡수하고 있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겁니다.
한국 조선업의 진짜 과제는 더 좋은 배를 더 싸게 만드는 것만이 아닙니다. KC-1 사례처럼 기술을 개발하고도 못 쓰게 되는 구조, 미국이 손 내밀어도 계획서 하나 제대로 들고 가지 못하는 현실이 더 뼈아픕니다. 지금 당장 생산 설비를 증설해서 중국 조선소의 물량, 저가 공세에 대응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 처럼 조선업 부응을 원하는 북미시장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조선업 생태계 설계도를 그리는 기획력이 지금 한국 조선업에 가장 부족한 자산이라고 봅니다. 정부 공적 지원과 민간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 그리고 방산 조선 시장에서의 장기 신뢰 구축이 앞으로 10년을 결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