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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CXMT 상장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설마 이 정도겠어"라고 흘려넘겼습니다. 그런데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71%라는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제가 이걸 너무 가볍게 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푸단대학교의 단전자 메모리 논문까지 겹치면서, 메모리 반도체 판이 생각보다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전자 메모리, 왜 반도체 학계가 뒤집혔나
메모리 반도체가 어떻게 데이터를 저장하는지, 제가 처음 제대로 이해한 건 생각보다 최근 일입니다. 핵심은 셀(Cell)이라는 작은 방에 전자를 넣고 빼면서 0과 1을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셀이란 메모리 반도체 안에서 데이터 한 단위를 저장하는 최소 공간을 말합니다. 지금 쓰는 갤럭시나 맥북의 낸드 플래시도 전부 이 구조입니다.
문제는 반도체가 작아질수록 셀도 작아지고, 그 안에 넣을 수 있는 전자 수도 줄어든다는 데 있습니다. 열 개, 다섯 개, 두 개... 결국 전자 하나만 남는 상황이 오는 건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전자 한 개를 정확하게 감지해서 데이터로 쓴 연구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저도 "그게 가능하긴 한 건가?" 싶었는데, 푸단대학교 연구팀이 그 벽을 뚫었습니다.
연구진이 찾은 열쇠는 채널(Channel)이었습니다. 채널이란 반도체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통로를 뜻합니다. 기존 채널은 두께가 있어서 주변에 전기적 간섭을 일으켰고, 그게 전자 한 개짜리 신호를 잡음 속에 묻어버리는 원인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에 그래핀(Graphene)을 도입했습니다. 그래핀이란 탄소 원자가 원자 몇 겹 수준으로 펼쳐진 2차원 소재로, 두께가 1nm(나노미터)도 안 됩니다. 이걸 채널로 쓰자 간섭이 사라졌고, 전자가 하나씩 드나들 때마다 전압이 0.5V씩 계단처럼 정확하게 변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게 상온에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단전자(Single Electron) 실험은 보통 극저온 환경이 필요합니다. 열이 곧 진동이고, 그 진동이 전자 한 개짜리 신호를 덮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소자는 상온에서 종전 최고 기록보다 열 배 강한 신호로 5,000초를 버텼습니다. 제가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등재됐으며(출처: Nature), 연구비는 중국 국가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서 지원됐습니다. 국가가 돈을 대고, 스탠퍼드보다 높은 네이처 인덱스 순위(전 세계 11위)의 대학이 기초 연구를 해낸 겁니다. 이 논문이 갖는 실질적 의미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동일한 칩 면적에서 이론상 현재 대비 30~70배 이상의 저장 용량 구현 가능
- 1TB SSD 공간에 수십 TB 탑재, 32GB D램을 320GB로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
- 낸드를 수백 층 쌓는 고단화(高段化) 방식의 필요성 자체를 줄이는 구조적 전환점
- 2차원-실리콘 하이브리드 구조로 기존 CMOS 공정과 융합 가능(수율 94% 달성)
물론 아직 실험실 단계입니다. 당장 양산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층을 더 쌓는 게 아니라 셀 하나의 물리적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접근 자체가 기존 메모리 개발 방향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EUV 장비 없이 미세 공정을 따라오기 어려워진 중국이 대안 경로를 뚫은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연구는 처음엔 다들 "뭐, 실험실 얘기지"라고 넘기다가 어느 순간 양산 뉴스가 나오면서 판을 뒤집어 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CXMT 상장과 낸드 공급과잉, 지금 반도체주는 어떻게 봐야 하나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2025년 7월 27일 상하이증권거래소 과창판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 대비 471.59% 오른 49.50위안으로 시작하면서 단번에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2010년 중국농업은행 이후 중국 본토에서 두 번째로 큰 IPO였고, 올해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최대 규모였습니다(출처: Bloomberg).
제가 이 숫자를 보면서 솔직히 불편했던 건, CXMT가 단순히 "중국 메모리 회사 하나가 상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텐센트 한 곳과만 4조 5천억 원 규모의 서버용 D램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알리바바 클라우드, 바이트댄스, 레노버, 샤오미가 이미 주요 고객으로 올라 있습니다. 지금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하던 자리를 CXMT가 조금씩 채우고 있는 구도입니다.
여기서 DDR5(더블 데이터 레이트 5세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DDR5란 현재 PC와 서버에 쓰이는 범용 D램 규격으로, HBM(고대역폭 메모리)처럼 패키징 기술이나 고객 맞춤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 제품과 달리 가격과 공급량의 영향이 훨씬 직접적입니다. 쉽게 말해 누가 더 싸게 많이 만드냐가 승부를 가르는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CXMT의 증설이 완료되면 월 60만 장, 즉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 회사의 전체 D램 생산 역량에 맞먹는 물량이 시장에 풀립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7년 하반기부터 낸드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초과하면서 현재의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낸드 비트 생산 비중이 약 19%까지 높아지는 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시장은 부품 가격 부담으로 2026년 스마트폰 생산량이 전년 대비 15~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이클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은 "지금 실적이 좋으니 주가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던 날 주가가 6.9% 빠진 게 불과 얼마 전 일입니다. 주식 시장은 현재 실적이 아닌 다음 6~12개월의 방향을 먼저 반영합니다. 공급과잉 신호가 실제로 오기 전에 주가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걸 그날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 압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9세대 V낸드 양산으로 비트 밀도를 높이는 방향이고,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와 QLC 전환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QLC(쿼드 레벨 셀)란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같은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저장 용량을 늘리는 대신 속도와 내구성을 일부 포기하는 기술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 물량과 정면으로 싸우기보다는 기술 고도화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다만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HBM 분야에서 아직 CXMT와의 격차가 상당히 남아 있다는 점, 범용 D램 공급과잉이 오더라도 AI 데이터센터발 HBM 수요는 구조적으로 다른 궤도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을 초격차 기술에 얼마나 빠르게 재투자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푸단대 단전자 메모리가 실제 제품으로 나오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A. 현재는 실험실 소자 단계입니다. 연구진이 CY-01 아키텍처로 기존 CMOS 공정과의 융합 가능성을 보인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대량 양산까지는 통상 10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중국이 국가 자금을 전방위로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연구 일정보다 빠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Q. CXMT가 SK하이닉스 HBM 사업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나요?
A.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단순히 칩을 많이 쌓는 것 외에도 패키징 기술, 고객 맞춤 설계, 수율 관리 등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합니다. 현재 CXMT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이의 HBM 기술 격차는 상당합니다. 다만 블룸버그도 지적했듯이, CXMT가 고급 제품군으로 이동하면서 중국 내수 시장을 자국 기업이 채워가는 구조 자체가 장기적 위협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Q. 낸드 공급과잉이 시작되기 전에 반도체주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A. 저는 투자 조언을 드릴 위치가 아닙니다만, 제가 봐온 사이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한 패턴이 있습니다. 주가는 실제 공급과잉이 오기 전에, 중국 업체 생산 확대 확인이나 고객사 재고 증가 신호가 나타날 때부터 먼저 반응했습니다. 트렌드포스의 공급 전환 전망 시점이 2027년 하반기라도 주가 선반영은 훨씬 앞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래핀을 쓴 2차원 메모리가 기존 실리콘 공정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나요?
A. 완전 대체보다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번 CY-01 아키텍처 자체가 2차원 메모리 회로와 기존 CMOS를 분리 제작해 결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진도 기존 실리콘 공정 인프라를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새 소재를 얹는 방향으로 설계했고, 덕분에 수율 94%라는 현실적인 수치가 나왔다고 제 경우엔 해석합니다.
결론
솔직히 이번 주 두 가지 소식을 같이 보면서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중국이 EUV 없이 막혀 있는 동안 "옆으로 돌아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층을 쌓는 게 아니라 셀의 물리적 한계를 바꾸고, 범용 D램 시장에서 가격과 물량으로 압박하고, 국가 자금으로 기초 연구까지 뒷받침하는 세 축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도에서 가장 나쁜 대응은 "아직 실험실 얘기"라며 안도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아직 기술적 우위와 시간이 있습니다. 현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3세대(1z) 16 나노 공정 기반 DDR5를 양산하고 있으며 한국은 6세대(1c)에서 7세대(1d)로 넘어가는 단계이고 D램 공정이 1x·1y·1z(20 나노급)에서 1a·1b·1c(10 나노급)로 발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의 기술격차는 약 5년 이상으로 판단됩니다. HBM의 경우도 현재 CXMT가 4세대 양산을 추진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세대, 6세대 HBM 양산 준비를 하고 있어 기술격차는 존재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 호황기에 벌어들이는 돈과 초격차 기술로 연결되는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게, 반도체 투자자든 아니든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