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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AI데이터센터를 짓는데 최대 병목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문제도 있지만 더 큰 문제가 전력 인프라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전력망 70%이상이 25~50년 전에 설치 된 노후 전력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력망 교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보던 중 계통연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계통연계란 신규 발전소나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미국의 국가 전력망에 연결하는 승인 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2025년 한 해에만 564GW의 신규 계통연계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이는 미국 전체 발전 용량 1,400GW의 약 4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제가 LS일렉트릭 주식을 매수한 건 바로 이 숫자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실적도 좋고, 수요 데이터도 탄탄한데 주가는 20% 넘게 빠졌습니다. 손절해야 하나, 버텨야 하나 — 매일 그 고민을 반복하면서 결국 제가 직접 데이터를 파고들었습니다.
계통연계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짜 수요
전력기기 섹터를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기존 지표들의 한계였습니다. 시장에서 흔히 보는 변압기 PPI(생산자물가지수)나 수출입 통계는 제품이 실제로 인도되는 시점에 찍히는 데이터입니다. 문제는 지금 변압기 리드타임이 3~5년에 달한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오늘 주문이 들어가도 그게 통계에 잡히는 건 한참 뒤라는 뜻입니다. 이런 후행 지표만 보고 업황을 판단하는 건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목한 건 계통연계 신청 데이터입니다. 계통연계(Grid Interconnection)란 발전소가 전력망에 접속 허가를 신청하는 절차로, 발전소가 실제로 지어지기 3~4년 전에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ISO(Independent System Operator), RTO(Regional Transmission Organization)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들은 미국 내 각 지역의 전력망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유틸리티 사업자들은 이 ISO·RTO에 어떤 발전소를 짓겠다고 신청해야 하고, 이 신청 데이터가 미래 전력기기 수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5년 신청량 564GW는 과거 업사이클 최고점이었던 2008년의 227GW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입니다(출처: 미국 버클리국립연구소). 올해 YTD 기준 4월까지만 183GW가 접수됐으니, 대략 3배로 해서 연간으로 환산하면 500~600GW 수준으로 신규 계통연계 수요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요가 꺾인 게 아니라, 오히려 가속되고 있다는 게 제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고 내린 판단입니다.
슈퍼사이클인가, 그냥 사이클인가
전력기기 투자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점이 바로 이겁니다. 과거 전력기기 업사이클은 3~5년 주기로 반복됐고, 이번 랠리가 2021년에 시작됐으니 슬슬 꺾일 때가 됐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저는 이번은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봅니다. 그 근거를 직접 살펴봤을 때, 수요의 규모와 성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계통연계를 기다리고 있는 누적 대기 용량이 2025년 12월 기준 1,544GW에 달합니다. 미국 전체 발전 용량 1,400GW보다 많은 용량이 아직 연결조차 못 된 채 쌓여 있는 겁니다. 버클리국립연구소는 이 수치를 2,060GW로 더 높게 잡고 있습니다(출처: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제가 집계한 1,544GW도 보수적인 수치인 셈입니다.
여기에 수요 구조도 다변화되어 있습니다. FTM(Front of the Meter) 시장, 즉 발전소·송전망·배전망에 설치되는 전력기기 시장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가 되지 않습니다. 수요의 대부분은 노후 전력망 교체,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전기 수요 증가라는 세 축에서 오고 있습니다.
-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 수요 — 수십 년 된 인프라의 대규모 교체 시기 도래
- 신재생에너지 확대 —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계통 연계를 위한 변압기·GIS 수요 급증
- 전기 수요 증가 —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전력 소비처 다양화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수요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은 단순 사이클과 다릅니다. 2028년 이후로 계통연계 목표량이 감소해 보이는 것도 착시입니다. 유틸리티사들이 2030~2031년 연계분을 아직 신청하지 않았을 뿐,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닙니다.
인허가 병목이 풀리면 어디로 튀나
계통연계 목표량이 저렇게 높은데 왜 실제 완공량은 연간 52GW에 불과할까 — 이 의문을 파고들었더니 두 가지 병목이 나왔습니다. 인허가 문제와 전력기기 쇼티지(shortage)입니다. 전력기기 쇼티지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고, 지금 초고압 변압기가 딱 그 상태입니다.
인허가 병목은 미국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심각했습니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 주민 반대가 거세고, ISO·RTO의 계통 안정성 검토에도 수년이 걸렸습니다. 2016년 이전에는 CAISO(캘리포니아 계통운영기관) 기준 신청량의 1%도 인허가가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FERC Order No. 2023이 변곡점이 됐습니다. 여기서 FERC(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를 뜻합니다. 이 명령으로 기존의 선착순 심사 방식이 '준비 완료된 사업 우선 심사' 방식으로 바뀌었고, 개별 발전소 단위 심사 대신 여러 사업자를 묶어 클러스터 단위로 처리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2025년 CAISO, ERCOT 기준 인허가율이 50% 이상으로 올라섰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 예상보다 훨씬 빠른 변화였습니다.
핵심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인허가가 풀리면 그동안 묶여 있던 1,544GW의 대기 물량이 발주로 전환됩니다. 기존에 두 개의 병목이 있었다면, 이제 인허가라는 댐이 무너지면서 그 수요가 고스란히 전력기기 쇼티지로 옮겨가는 구조입니다. 변압기 기업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요가 더 가파르게 몰려올 수 있는 국면입니다.
밸류에이션, 지금이 과매도 구간인 이유
LS일렉트릭을 매수한 후 주가가 20% 넘게 빠지는 걸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많이 찾아본 게 밸류에이션 데이터였습니다.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은 고점 대비 평균 50~60%가 하락했습니다. 반면 GE버노바, 히타치에너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낙폭은 20% 수준에 그쳤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빠진 겁니다.
그런데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EPS 성장률이란 1주당 순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 성장 속도를 보여줍니다. 2025~2028년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평균 EPS 성장률은 40.7%, 글로벌 평균은 33.7%입니다. 이익은 더 빠르게 크는데 주가는 더 많이 빠진 구조입니다.
효성중공업을 예로 들면, 2028년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13배까지 내려왔습니다. 과거 업사이클에서 ABB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받았던 멀티플이 15~20배였습니다. 그때는 사이클이 꺾이면 같이 꺾일 거라는 불확실성이 있었으니 그 정도 멀티플을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1,544GW의 대기 수요가 확인되고, 수주 잔고에 슬롯 예약까지 쌓인 상태입니다. 과거와 같은 멀티플 수준으로 내려오는 건 과매도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둘 게 있습니다. 증설 측면에서 효성중공업은 2030년까지 초고압 변압기와 GIS 중심으로 1.5~2조 원 규모의 증설을 진행 중이고, 산일전기는 공장 부지를 이미 확보한 상태로 2030년까지 매출 케파를 두 배로 늘리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공장 짓는 데만 2년, 라인 설치와 숙련공 양성에 또 1~2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공급 증가 속도는 수요 증가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쇼티지는 단기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력기기 주가가 실적 좋은데 왜 떨어지는 건가요?
A. 제가 직접 겪어보니 뚜렷한 단일 원인은 없었습니다. 블룸에너지의 컨퍼런스콜 발언이 기폭제가 됐다는 해석도 있고, 국내 증시 전반의 조정과 맞물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현상은 수요 펀더멘탈이 아니라 시장 센티먼트가 주도한 조정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합니다.
Q. 계통연계 신청량이 많아도 실제 완공이 안 되면 의미 없는 거 아닌가요?
A. 과거에는 인허가율이 1~7%에 불과해 대부분 소멸됐습니다. 그런데 FERC Order No. 2023 이후 일부 지역에서 인허가율이 50% 이상으로 올라섰습니다. 인허가율이 절반만 유지돼도 600GW 신청이면 300GW가 실제 발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구조 변화가 핵심입니다.
Q. 지금 전력기기 주식 손절해야 하나요, 버텨야 하나요?
A. 저 역시 같은 고민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를 직접 파고든 후 내린 판단은 '수요 펀더멘탈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효성중공업 기준 2028년 선행 PER이 13배까지 내려온 상황이고, 슬롯 예약제로 수주 취소 가능성도 낮습니다. 개인 투자 판단은 각자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은 공포에 팔아야 할 구간보다는 데이터를 더 확인해볼 구간으로 봅니다.
Q. 초고압 변압기 기업 중 어디를 봐야 하나요?
A. 초고압 변압기와 GIS(Gas Insulated Switchgear, 가스절연개폐장치)를 모두 생산하면서 765~800kV까지 커버하는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이 핵심입니다. 증설 적극성, 밸류에이션 할인 폭, 수주 잔고 구성을 네 가지 기준으로 벤다이어그램을 그려봐도 이 두 기업이 교집합에 들어옵니다.
결론
제가 LS일렉트릭을 들고 손해를 보고 있으면서도 손절 버튼을 누르지 않은 건, 데이터를 직접 뜯어봤기 때문이었고 2026년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와서 악재가 없는 한 유지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계통연계 신청 564GW, 누적 대기 1,544GW, FERC 정책 전환 — 이 세 가지는 어느 하나도 수요 피크아웃을 가리키고 있지 않습니다. 인허가 병목이 풀리는 순간 그 수요가 고스란히 전력기기 쇼티지로 넘어오는 구조입니다.
물론 밸류에이션이 한 번 피크를 찍은 건 맞습니다. 앞으로 멀티플이 계속 높게 유지될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EPS 성장률이 밸류에이션 하락폭을 웃도는 한, 주가 상승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사이클이 다르면 밸류에이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게 제가 직접 공부하고 내린 결론입니다.
앞으로는 분기별 계통연계 신청량 추이와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의 슬롯 예약 전환율을 챙겨보는 게 업황을 모니터링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