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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vs 오픈AI (영업비밀, 하드웨어 전쟁, 스마트폰 이후)

Investcompass 2026. 7. 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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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너가 2년 만에 원수가 될 수 있을까요? 애플이 7월 10일 오픈AI와 전직 임직원 2명, 그리고 조니 아이브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가 고소장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단순한 인재 빼가기 싸움이 아니라는 느낌이 바로 왔습니다. 스마트폰 다음 왕좌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벌어지는 전면전의 서막으로 읽혀졌습니다.



    퇴사자가 서버를 뚫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애플의 고소장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먼저 멈칫했던 대목은 창 리우라는 전직 엔지니어의 행동이었습니다. 오픈AI로 이직한 뒤에도 애플 소유의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고 인증 취약점(Authentication Vulnerability)을 악용해 내부 네트워크에 접속한 겁니다. 여기서 인증 취약점이란 시스템이 사용자의 신원을 검증하는 과정에 허점이 생겨 허가받지 않은 외부인이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보안 결함을 말합니다. 그가 전직 동료에게 "키키, 나 접속되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은 보안을 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 소송은 애플이 법정에서 상당히 유리한 지점입니다. 메시지와 다운로드 로그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니, 사실 관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창 리우가 수주에 걸쳐 내려받은 파일은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미공개 제품 정보와 메인 로직보드(Main Logic Board) 제조 및 검사 공정 자료 등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로직보드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핵심 전자 회로가 집약된 기판으로, 쉽게 말해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입니다.

    그런데 제가 더 눈여겨본 것은 두 번째 피고인 탕 유 탄입니다. 애플에서 24년을 근무하며 아이폰과 애플워치 디자인을 총괄한 부사장 출신으로, 현재는 오픈AI의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입니다. 고소장에 따르면 그는 오픈AI 입사가 확정된 이후에도 이 사실을 숨기고 애플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직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지시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 면접 과정에서 이직 희망자들에게 배터리 실물, 반도체 패키지, 로직보드, 전파 차폐 부품, CAD 설계 자료 같은 것들을 실물로 가져오게 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오픈AI가 요구했다는 부품 목록

    애플 고소장에서 언급된 오픈AI 측의 면접 과정에서 요구 항목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배터리 셀 및 전원 관련 실물 부품
    • 반도체 패키지 및 메인 로직보드
    • 전파 차폐(RF Shielding) 부품 — 무선 신호 간섭을 막기 위한 금속 덮개 구조물
    • 외장 하우징 및 색상별 후면 유리 샘플
    • CAD 설계 자료 및 프로토타입 기기

    제 경험상 이 목록은 오픈AI에서 단순 AI 스피커나 소프트웨어 팀이 필요로 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입니다. 이건 대량 양산(Mass Production)을 염두에 둔 소비자 전자기기를 만드는 팀이 필요로 하는 자료들입니다. 대량 양산이란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수백만 개 단위로 균일하게 찍어내는 제조 방식을 말하는데, 이 단계에 이르려면 어떤 벤더를 쓰고 어떤 조건으로 검사를 걸고 표면 처리를 몇 도에서 하는지 같은 세밀한 노하우가 수십 년에 걸쳐 쌓여야 합니다. 논문이나 특허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애플이 분노하는 겁니다. 애플에서 수십 년간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쌓인 것들이 통째로 이동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원래 경쟁사 이직 금지 계약 자체가 법적으로 무효인 주입니다. 사람이 경험을 통해 체득한 실력과 판단력을 회사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오픈AI가 법정에서 가장 세게 공략할 지점도 바로 여기일 겁니다. 애플도 이 약점을 알기에 고소장에서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을 쓰며 다소 모호하게 기술한 것으로 보입니다(출처: 연합뉴스).

    요약: 창 리우의 서버 무단 접근과 탕 유 탄의 조직적 정보 수집 의혹은 증거가 구체적이지만, 캘리포니아주 법 특성상 "경험에서 비롯된 실력"의 경계가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진짜 전쟁은 법정 밖에서 벌어진다

    솔직히 이 소송의 판결이 어떻게 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오픈AI가 65억 달러(약 9조 7천억 원)를 들여 조니 아이브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인수했다는 사실입니다. 조니 아이브는 아이폰, 맥북, 아이맥의 외형을 설계한 전설적인 디자이너로, 애플의 정체성을 30년 가까이 만들어온 인물입니다. 오픈AI는 그 사람의 스튜디오를 통째로 샀습니다. 그리고 애플에서 하드웨어를 담당했던 인재 400명 이상이 오픈AI로 이직했습니다. 이 숫자가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오픈AI가 만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습니다.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로 주변을 인식하는 스마트 스피커라는 시각도 있고, 앱 없이 AI가 모든 것을 처리하는 이른바 '리스 스마트폰(Screenless AI Device)'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리스 스마트폰이란 화면 없이 음성과 카메라, AI 에이전트만으로 작동하는 기기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자가 앱을 선택하고 화면을 누르는 과정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형태가 무엇이든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항상 켜진 상태로 주변을 보고 들으면서 사용자를 돕는 물건이라는 것 입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하다고 보는 지점이 있습니다. 오픈AI가 노리는 것은 스마트폰 판매량이 아닙니다. 현재 iOS와 아이폰이 장악하고 있는 개인 컴퓨팅의 관문(Gateway)입니다. 관문이란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와 만나는 첫 번째 접점을 의미하는데, 지금은 아이폰이 그 역할을 합니다.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구매하고, 어떤 앱을 실행할지 아이폰이 중개하죠. AI 에이전트(AI Agent)가 이 역할을 대신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AI 에이전트란 사용자의 의도를 스스로 파악해 행동까지 수행하는 자율적 AI 시스템을 말합니다. 아이폰을 거칠 필요가 없어집니다. 아이폰이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보조 기기로 밀려나는 겁니다.

    애플은 왜 지금 이렇게 강경할까

    제가 직접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린 결론은, 애플이 두 가지 이유로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에서 이미 밀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만큼은 아직 세계 최강이라는 자부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입니다. 자체 AI 모델 실력이 스타트업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에서, 결국 음성비서 시리(Siri)에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통합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에서의 후퇴를 하드웨어 우위로 버텨왔는데, 그 마지막 보루까지 흔들리는 상황인 겁니다.

    마크 렘리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는 이번 소송에 대해 "매우 큰 사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실제 직원들이 기밀 자료를 가져갔고 오픈AI가 이를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습니다(출처: 연합뉴스). 이 말이 이 소송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1996년 인터뷰에서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걸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의 의미는 남의 영감을 흡수한다는 것이지, 로직보드 도면을 노트북째 들고 나온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애플과 오픈AI, 두 회사 모두 그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요약: 오픈AI의 하드웨어 프로젝트는 아이폰을 대체하는 기기가 아니라 아이폰을 거치지 않는 디지털 관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이것이 애플이 강경 대응에 나선 진짜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애플이 오픈AI를 고소한 이유가 단순히 직원 스카우트 때문인가요?

    A. 직원 이직 자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합법입니다. 핵심은 이직 과정에서 로직보드 설계 자료, CAD 파일, 제조 공정 문서 등 구체적인 기밀을 빼냈느냐 여부입니다. 단순 인재 유출이 아니라 수십 년간 쌓인 하드웨어 양산 노하우가 통째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은 이를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Q. 오픈AI가 만들고 있다는 하드웨어가 실제로 아이폰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A. 당장 아이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다만 오픈AI가 노리는 것은 기기 판매량보다 개인 컴퓨팅의 관문, 즉 사용자가 디지털 세계와 만나는 첫 번째 접점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이 역할을 맡게 되면 아이폰은 물리적으로 사라지지 않더라도 보조 기기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 더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애플의 하드웨어 우위는 아직 유효한가요?

    A. 칩셋 성능 면에서는 현재까지 애플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TSMC도 최신 공정을 애플에 가장 먼저 적용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소프트웨어에서 이미 뒤처진 상황에서 하드웨어 노하우마저 경쟁사로 흘러갔다면 그 우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고, 여전히 제조 공정의 정밀도는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Q. 이 소송은 어떻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나요?

    A. 이런 종류의 영업비밀 소송은 대부분 수년을 끌거나 공개되지 않는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결보다 소송 자체가 오픈AI의 하드웨어 출시를 지연시키고 양사 간 파트너십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법정 결과보다 그 사이 어느 쪽이 소비자용 AI 기기를 먼저 완성하느냐가 실질적인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결론

    제가 이 사건을 정리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폰의 시대를 끝낼 것은 더 좋은 스마트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열 필요가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노키아를 끝낸 것이 더 좋은 피처폰이 아니라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이었듯이요.

    애플이 AI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한 달이면 최고 성능 모델(SOTA, State-Of-The-Art)이 바뀌는 속도 속에서, 이제야 폴더블 기기를 출시하는 타이밍이 그 느낌을 더하게 합니다. SOTA란 특정 시점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기록하고 있는 최신 AI 모델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물론 느리지만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로 시장을 지배해온 것이 애플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소송의 판결보다, 오픈AI의 첫 하드웨어가 공개되는 날이 진짜 1라운드의 결과를 알려줄 겁니다.

    참고: 연합뉴스 — 애플, 오픈AI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