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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론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다보니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폰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었습니다. 아이폰은 최근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칩 허가 이슈로 찾아본 바에 의하면 칩 설계는 애플에서 하고 전량 위탁 생산 및 후공정 패키징은 TSMC가 독점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미디어텍의 디멘시티시리즈를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에서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2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찾아보던중 삼성전자 DX부문 매출이 전분기 대비 52조 7,000억원에서 48조원으로 8.9%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조원에서 8,00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는 내용을 보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삼성전자가 DX부문 매출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원인을 찾아보던중 삼성전자와 퀄컴사이에 뼈아픈 이야기를 알게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퀄컴·미디어텍 등에서 모바일 AP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무려 7조 4,383억 원입니다. 작년에 모바일 AP를 사들이는데 쓴돈은 분기마다 10~13조 가까이 됩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잠깐 멍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구도를 근본부터 바꿔놓을 카드가 나왔습니다. 저는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굴욕적인 과거에서 부터 지금현재 퀄컴을 뛰어넘기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퀄컴은 왜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었을까
스마트폰을 분해해서 부품 원가를 따져보면 카메라 모듈이나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비싼 부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줄여서 AP입니다. AP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 연산을 맡는 신경망처리장치(NPU), 5G 통신 모뎀까지 손톱만 한 실리콘 조각 안에 몽땅 욱여넣은 스마트폰의 두뇌입니다. 이걸 최고 수준의 성능으로 안정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기업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사실상 퀄컴 하나뿐이었다는 것, 이게 문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퀄컴은 이 독점적 지위를 등에 업고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스냅드래곤 칩셋 출고가를 거침없이 끌어올렸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80~100달러선이던 플래그십 칩셋 가격이 어느새 240달러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우리 돈으로 칩 하나에 33만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그렇다고 완제품 출고가를 같은 비율로 올릴 수 있겠습니까?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랬다가는 소비자가 외면하는 건 뻔한 일이라, 제조사는 비싼 칩 대금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이익을 갉아먹혔습니다.
퀄컴이 이토록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전자 스스로가 만들어준 빌미가 있었습니다. 갤럭시 S22에 탑재된 엑시노스 2200이 심각한 발열과 성능 저하로 소비자 불신을 사자, 삼성은 갤럭시 S23 시리즈 전량을 퀄컴 스냅드래곤으로만 채우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는 대체 카드를 완전히 잃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증명해 버린 고객에게 공급자가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이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었습니다. 반도체 회로 선폭이 3 나노, 2 나노 수준의 초미세 공정으로 진입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인 TSMC의 웨이퍼 가공 비용도 천정부지로 솟았습니다. 파운드리란 자체 설계 없이 다른 회사의 설계를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하는 전문 제조업체를 말합니다. 웨이퍼 한 장 가공에 2만 달러, 우리 돈 2,700만 원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고 (출처: TSMC 공식 자료), 퀄컴은 이 폭증한 원가를 자기 마진을 줄여 흡수하는 대신 스마트폰 제조사에 그대로 떠넘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칩셋 매입 비용은 불과 2~3년 만에 7조 원대에서 13조 원을 돌파하는 폭발적 급증세를 기록했습니다.
- 퀄컴 스냅드래곤 플래그십 칩셋 공급가: 수년 전 80~100달러 → 최근 240달러 선
- 삼성전자 상반기 모바일 AP 매입 비용: 7조 4,383억 원 (DX 부문 원재료의 17.9%)
- TSMC 3나노 이하 웨이퍼 가공 비용: 장당 2만 달러(약 2,700만 원) 초과
- 갤럭시 S23 시리즈: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 단독 탑재 — 대체 카드 소멸
엑시노스 2700,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제가 엑시노스 2700 내부 테스트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엑시노스 2200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였는지, 설마 퀄컴을 넘어서겠냐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수치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진행한 내부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엑시노스 2700은 CPU 멀티코어 성능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6세대보다 19%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벤치마크란 표준화된 테스트를 통해 칩의 실제 처리 능력을 수치로 비교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심지어 최상위 라인업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6세대 프로와 비교해서도 9.5% 앞섰습니다. GPU 성능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2.5W 저전력 조건에서 엑시노스 2700은 퀄컴 일반 칩 대비 24%, 프로 칩 대비 22% 높은 성능을 냈습니다 (출처: 삼성전자 뉴스룸).
특히 제가 주목한 건 전력 효율 수치였습니다. 엑시노스 2700은 실사용 전력 소모 측정에서 161mA를 기록해 퀄컴 프로 칩(185mA)보다 12.7% 적은 전력을 소모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과거 엑시노스가 비판받았던 핵심이 바로 발열과 전력 효율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빠른 엔진을 달아도 열을 못 잡으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스로틀링이 걸리고, 결국 체감 성능은 뚝 떨어집니다. 스로틀링이란 칩이 과열됐을 때 손상을 막기 위해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보호 기능입니다. 이 문제를 잡기 위해 삼성은 팬아웃 패널 레벨 패키징(FOPLP)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FOPLP란 칩을 감싸는 패키지 기판의 두께를 줄이고 회로 배선을 칩 바깥까지 넓게 펼쳐서 열이 빠르게 빠져나갈 통로를 만드는 첨단 패키징 공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패키징 기술의 차이가 실제 손에 들고 쓸 때 발열감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번 변화가 체감 만족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라고 봅니다.
온디바이스 AI 성능도 눈에 띄었습니다. 온디바이스 AI란 인터넷 연결 없이 스마트폰 자체 칩에서 AI 연산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응답 속도 면에서 클라우드 방식보다 유리합니다. 라마 3.1 8B 기준 답변 생성 속도에서 엑시노스 2700이 퀄컴 프로 칩 대비 18% 빨랐고, 사용자 입력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는지 측정하는 프리필 테스트에서도 5% 앞섰습니다. AI 기능이 스마트폰 구매의 핵심 기준이 된 지금, 이 수치는 단순 스펙표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엑시노스 2700은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2세대 공정(SF2P)으로 양산될 예정입니다. 전작인 엑시노스 2600이 갤럭시 S26 일부 모델과 갤럭시 Z 플립 8에 탑재되면서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한 상황이고, 내년 갤럭시 S27에서 엑시노스 탑재 비중이 더 확대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이 된다면 삼성이 퀄컴에 넘겨준 협상 주도권을 상당 부분 되찾아올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미디어텍과의 협력도 병행되는 상황이라, 퀄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라는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을 잃어버릴 위험을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 압박이 가격 협상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솔직히 저는 앞으로의 흐름이 꽤 기대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엑시노스 2700이 퀄컴보다 성능이 좋다는 게 공식 발표인가요?
A. 현재는 삼성전자 MX사업부의 내부 벤치마크 결과입니다. 공식 발표나 외부 독립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단계라, 실제 양산 칩이 나왔을 때 외부 리뷰어들의 검증이 진짜 확인 시점이 될 것입니다. 내부 테스트가 실사용과 다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Q. 갤럭시 S27에 엑시노스 2700이 탑재되나요?
A. 확정은 아니지만, 퀄컴 의존도를 낮춰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삼성의 전략 방향과 맞물려 탑재 비중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일부 지역에서만 엑시노스를 쓰던 이원화 전략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 퀄컴 칩셋 가격이 왜 이렇게 많이 올랐나요?
A. 핵심 원인은 TSMC의 초미세 공정 제조 비용 급등입니다. 3나노 이하 공정에서 웨이퍼 한 장 가공 비용이 2만 달러를 넘어섰고, 퀄컴은 이 원가 상승분을 자체 마진 조정 대신 고객사 납품 단가에 그대로 전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기에 자체 CPU 코어 개발 연구비까지 가격에 반영되면서 최상위 칩셋 가격이 240달러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Q. 삼성이 미디어텍 칩을 쓰면 퀄컴에 어떤 압박이 되나요?
A. 퀄컴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달합니다. 삼성이 플래그십 라인업 일부를 미디어텍으로 대체하면 퀄컴은 수조 원 규모의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TSMC에 예약해 둔 웨이퍼 물량이 재고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이 구도가 협상 테이블에서 가격 인하의 실질적인 압박 카드가 됩니다.
결론
이번 엑시노스 2700 내부 테스트 결과를 보면서 제가 새삼 느낀 건, 기술 자주권이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삼성이 수조 원의 적자와 소비자 불신을 감수하면서도 엑시노스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건, 대체 카드가 없는 순간 공급자가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모바일 AP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마이크론과 키옥시아 모바일 메모리 가격도 상승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자주권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전에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 속에서 난처해진 애플의 이야기를 리포트해드렸습니다. TSMC에 전량 위탁생산하던 애플이 최근 매출 부진과 새로운 라인업 출시를 위해 중국산 저가 메모리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냉랭한 반응과 미국 정부의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거부로 위기에 놓인 지금의 처지가 과거 삼성전자가 겪었던 모습과 거울처럼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자체 칩 하나가 수십조 원의 부품 구매 비용을 방어하는 가장 비싼 보험이었던 셈입니다.
앞으로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모바일 AP 설계 역량의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엑시노스 2700이 실제 양산 단계에서도 지금의 내부 테스트 수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갤럭시 S27에 어떤 방식으로 탑재될지가 이 기나긴 칩셋 전쟁의 다음 챕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