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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MLCC, FC-BGA, 유리기판)

Investcompass 2026. 9. 3. 15:22

목차


    서론

    최근 저는 삼성전기를 다시 살펴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AI시대의 수혜가 GPU나 HBM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점이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동안, 삼성전기는 그 뒤에서 MLCC와 FC-BGA 같은 핵심 부품의 성능을 개선하고 공급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AI서버 한대에 들어가는 MLCC수요와 용량이 성능이 좋아질수록 더 빠르게 늘어나고 고성능 기판 역시 면적과 층수가 커지면서 부품 하나당 부가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변화가 실제 수주와 투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삼성전기는 AI서버용 MLCC에서 1조원 규모의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필리핀과 부산의 MLCC생산능력 확대, 세종과 베트남의 FC-BGA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세대 유리기판까지 준비하면서 기존 부품 사업을 넘어 AI반도체 패키징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AI 서버 한 대에 일반 서버보다 MLCC가 10배 이상 들어간다는 걸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이 숫자가 단순한 부품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삼성전기가 올해 들어 MLCC 장기공급계약(LTA)만으로 3조 32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쌓았고, 그 흐름이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삼성전기의 주력사업인 MLCC와 FC-BGA가 AI시대에 왜 중요한지, 현재 수주와 공장 증설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MLCC가 왜 지금 이렇게 중요해진 걸까요

    제가 처음 MLCC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란, 좁쌀만큼 작은 크기 안에 세라믹 층을 수백 겹 쌓아 전기를 저장했다가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입니다. 쉽게 말해 전자제품 회로의 혈압 조절 장치 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부품이 AI 시대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한 대에 수백 개 수준이었다면,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베라 루빈' 한 장에만 80만 개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후속 제품인 '파인만'에는 100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AI GPU가 소비하는 전력이 500~1,000W에서 최근 1,500~2,000W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MLCC 수요가 구조적으로 폭증한 겁니다.

    이때 중요한 게 유전율입니다. 유전율이란 같은 전압에서 전기를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더 작은 크기로 더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2020년에 단위 기준 5~10 수준이던 용량이 현재 40 수준까지 올라왔고, 2028년에는 100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똑같은 크기의 MLCC가 2년에 한 번씩 용량이 두 배가 되는 셈이니, 이걸 'MLCC의 무어의 법칙'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겼습니다. 공급을 늘리면 되는 거 아닐까? 그게 쉽지 않습니다. AI 서버용 MLCC는 125℃ 이상의 고온과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범용 제품보다 생산 난도가 월등히 높습니다. 실제로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정도에 불과합니다. 삼성전기는 현재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공장 가동률은 이미 95%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수주 잔고 비율(B/B ratio)입니다. B/B ratio란 출하량 대비 수주량의 비율로, 이 수치가 1.0을 넘으면 만드는 것보다 주문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삼성전기의 B/B ratio는 현재 1.5 수준으로, 쉽게 말해 만드는 족족 팔리고도 주문이 쌓이는 상태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서버용 MLCC 시장 규모는 2024년 14억 달러에서 2030년 58억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골드만삭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기는 '선 수주·후 증설' 전략을 택했습니다. 먼저 빅테크와 LTA를 체결해 수요 불확실성을 없애고, 고객사로부터 받은 선급금으로 빠르게 공장을 짓는 방식입니다. 필리핀 제3공장은 내년 1분기 말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고, 부산·세종에는 2040년까지 각각 15조 원, 8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공시됐습니다.

    • MLCC 핵심 수요처 변화: 스마트폰 → AI 데이터센터·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
    • AI 서버용 MLCC는 범용 제품 대비 제조 캐파 3배 필요 (iM증권 분석)
    • 삼성전기 올해 LTA 수주 총액: 실리콘 커패시터·MLCC 합산 3조 3200억 원
    • 설비투자(CAPEX) 계획: 올해 3조 원 → 내년 6조 원으로 2배 확대 예정
    요약: AI 전력 수요 폭증이 MLCC 구조적 슈퍼사이클을 만들었고, 삼성전기는 공급 독과점 위치에서 가격 협상력까지 확보한 상태입니다.

     

    FC-BGA와 유리기판, 다음 판이 여기서 갈립니다

    MLCC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길었는데, 제가 더 흥미롭게 들여다본 건 기판 쪽이었습니다. 특히 FC-BGA라는 제품입니다.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란 AI 가속기처럼 복잡한 반도체 여러 개를 하나의 기판 위에 올려 연결하는 최첨단 패키지 기판으로, 쉽게 말해 수십 개의 반도체 칩을 한 판 위에 올려놓는 집적 플랫폼입니다.

    스마트폰에 쓰이던 FC-CSP(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극명합니다. FC-CSP는 크기가 10×10mm 내외에 배선이 2~3층 수준이고, 칩이 한 개 올라갑니다. 반면 FC-BGA는 크기가 100×100mm 수준으로 면적만 약 100배이고, 배선 층수는 20~30층으로 약 10배가 됩니다. 공정 수로 환산하면 100×10, 즉 1,000배의 공정이 더 들어가는 셈입니다. 최신 AI 반도체에 쓰이는 FC-BGA 위에는 SOC(시스템온칩)가 4~5개, HBM(고대역폭메모리)이 8~10개, 총 15개 안팎의 칩이 올라갑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이 분야는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이 수준의 FC-BGA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딱 세 곳입니다. 일본의 이비덴(Ibiden), 대만의 유니마이크론(Unimicron), 그리고 삼성전기입니다. 양산이 본격화된 것도 하이엔드 GPU·CPU용 기준으로 불과 5년 남짓입니다. 삼성전기가 이 자리에 올라선 건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집중적인 기술 개발과 실행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또 하나의 판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바로 유리기판입니다. 유리기판은 기존 FC-BGA의 한 종류이면서도 소재 자체가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뀐 차세대 기판입니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은 표면이 고르지 않아 미세회로 구현이 어렵고, 발열 처리를 위해 실리콘 인터포저를 끼워야 해서 두께가 늘어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유리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해 휘지 않으며, 실리콘 없이도 발열을 잡을 수 있어 더 많은 칩을 더 얇은 두께로 집적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유리기판 파일럿 생산라인을 이미 가동 중입니다. 지난달에는 일본 스미토모화학 계열의 동우화인켐과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코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본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전기가 4800억 원을 출자해 지분 66.2%를 확보합니다. 2028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데이터센터향 빅테크 고객들과 기술 승인 및 샘플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한 내용도 확인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여기서 또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중국은 어디까지 따라왔을까요? 제가 파악한 바로는 중국은 아직 초하이엔드 FC-BGA나 유리기판 영역보다는 로우엔드 범용 MLCC와 기초 소재 분야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단계입니다. 희토류 등 원재료 통제력을 레버리지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빅테크가 요구하는 선단 제품의 품질 기준에는 아직 격차가 있다는 게 현장의 평가입니다. 다만 이 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전기가 이달 '세미콘 타이완 2026'에 국내 부품사로는 이례적으로 첫 참가를 결정하고, TSMC·엔비디아와 같은 무대에서 유리기판 기술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 부품 공급사에서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 파트너로 포지셔닝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요약: FC-BGA와 유리기판은 AI 집적 경쟁의 핵심 인프라이며, 삼성전기는 전 세계 3개 양산 가능 기업 중 하나로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MLCC가 반도체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반도체는 정보를 처리하는 부품이고, MLCC는 그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전기를 저장·공급하는 수동부품입니다. 반도체가 엔진이라면 MLCC는 연료 공급 장치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좋은 엔진도 연료 공급이 불안정하면 제 성능을 낼 수 없듯이, MLCC 없이는 반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Q. 삼성전기 MLCC 경쟁사는 어디인가요?

    A. AI 서버용 고사양 MLCC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일본의 무라타 제작소입니다. 두 회사가 이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범용 MLCC 분야에서 저가 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안정성이 요구되는 AI 서버용 제품 영역과는 아직 기술 격차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Q. 유리기판은 언제부터 본격 양산되나요?

    A. 삼성전기는 2028년 본격 양산을 공식 목표로 밝혔습니다. 현재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빅테크 고객과 기술 승인·샘플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가 2023년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구축하며 선행 투자에 나선 바 있어, 업계 전반의 유리기판 상용화 경쟁이 2027~2028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삼성전기 투자 규모가 갑자기 왜 이렇게 커진 건가요?

    A. 기존 '선투자·후수주' 방식에서 '선수주·후증설' 방식으로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10여 곳과 LTA를 먼저 체결해 수요를 확정짓고, 그 계약에서 받은 선급금을 재원으로 공장 건설 속도를 대폭 앞당기는 구조입니다. CAPEX가 올해 3조 원에서 내년 6조 원으로 두 배 뛰는 것도 이 흐름의 결과입니다.

     

    결론

    저는 삼성전기가 AI시대에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MLCC와 FC-BGA는 AI서버의 전력 사용량과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수량과 더 높은 성능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리핀, 부산, 세종, 베트남까지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수요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서부 개척 시대에 금을 캔 사람보다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사람이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 그게 지금 삼성전기의 처지와 정확히 겹쳐 보입니다. AI라는 금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캐고 있지만, 그 금광 도구인 MLCC와 FC-BGA·유리기판은 삼성전기가 쥐고 있습니다.

    물론 방심할 처지는 아닙니다. 중국의 추격, 일본의 기술 리더십, 유리기판 상용화까지의 기간 동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의 공급 우위, 선수주 전략, 그리고 세미콘 타이완 첫 참가로 드러난 포지셔닝 의지를 보면, 삼성전기가 AI 인프라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저는 AI용 MLCC 매출 비중과 공장 가동률, FC-BGA 수익성, 유리기판 고객 인증 진행 사항을 중심으로 추적 관찰할 생각입니다. 삼성전기의 미래는 공장을 얼마나 많이 짓느냐 보다는 늘어난 생산능력을 고부가 제품과 장기 수주로 얼마나 빠르게 채워가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jvhhBT8x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