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서론
제가 2025년 퇴사 후 주식 투자를 시작한 후로 가장 큰 수익을 봤던 종목이 삼성전기였습니다. 2026년 1월 초에 주당 270,000에 매수하여 6월 중순 주당 2,260,000원에 매도하여 8.4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던 종목입니다. 매수할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으로 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시기였고 이미 어느정도 상승을 했던 시기라 늦었다고 판단을 하여 좀 더 큰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종목을 물색하던 중 삼성전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삼성전기가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도 사실 몰랐습니다. 토목과를 졸업한 저로서는 MLCC, FC-BGA가 무엇인지, 사실 반도체가 무엇이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MLCC가 '전자산업의 쌀'이라는 내용을 보게되었고 이 부품이 스마트폰, TV, 냉장고, 자동차, AI서버, 휴머노이드로봇, 방산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고 삼성전기와 일본의 무라타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의 독점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볼때 크게 상승할 거란 기대감에 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고가를 찍을 무렵 차익실현을 하고 얼마 후 주가는 급격하게 하락하였고 현재 바닥을 찍고 계속해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번 큰 수익을 본 저로써는 다시 한번 그런 축배를 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까 라는 의구심에 오늘 현재 14%오른 주가를 보면서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국내 IT 최선호주를 삼성전자에서 삼성전기로 교체했다는 소식을 보고 마음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AI서버용과 전장용 등 고사양 MLCC의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8월부터 30% 가격인상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고 단순한 주가 노이즈가 아니라, MLCC와 ABF FC-BGA이라는 두 개의 엔진이 동시에 점화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MLCC 업황, 지금이 정말 초입인가
삼성전기 주가가 많이 빠진 7월, 최근 주변에서 "MLCC 업황이 꺾인 거 아니냐"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MLCC 업황이 깨진 것보다는 6월 중순 기준 PER이 130배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주가가 너무 고평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솔직히 앞섰습니다. 주가 조정과 업황 악화를 혼동하고 있던 겁니다. 최근 AI데이터센터의 급증, 피지컬 AI 상용화, 전기차와 로보택시 상용화, 우주 국방 산업분야 확대 등 시장상황으로 볼 때 아직 MLCC업황은 초입이고 고부가 AI용 MLCC의 수요는 더욱 더 늘어날 것입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란 전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방출하는 초소형 부품으로, 스마트폰 하나에 약 800개, AI 서버 한 대에 약 15,000~20,000개, AI서버랙당 최대 600,000개, 자율주행 전기차에 약 20,000~30,000개가 들어갑니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 박동을 고르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입니다.
BB레이쇼(Book-to-Bill Ratio)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수주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입니다. 1.0을 넘으면 들어오는 주문이 나가는 물건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과거 2017~2018년 MLCC 최대 업사이클 때 무라타의 BB레이쇼가 약 1.2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무라타는 1.42, 타이요유덴은 1.72, 야게오는 2.0을 넘겼습니다. 매출보다 수주가 두 배나 많다는 것입니다.
AI 서버용 MLCC는 기존 범용 제품보다 훨씬 높은 용량을 구현해야 해서 적층 수가 대폭 늘어납니다. 공정 난이도가 올라가면 수율이 낮아지고, 같은 출하량을 만들더라도 훨씬 많은 생산 케파를 소진하게 됩니다. 과거 HBM이 메모리 업체의 케파를 잠식했던 구조와 정확히 같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리포트를 여러 개 비교해 봤는데, 이 구조적 유사성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습니다.
- 무라타 BB레이쇼 1.42 / 타이요유덴 1.72 / 야게오 2.0 이상 — 모두 역대 최고 수준
- AI용 MLCC는 적층 수 증가 → 수율 저하 → 범용 MLCC 공급까지 동반 잠식
- 삼성전기는 6월 10%, 8월 30% 유통채널 가격 인상 단행 — 가격 전가력 확인
ABF기판, 병목이 되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삼성전기 하면 MLCC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ABF기판 관련 내용이 리포트마다 점점 더 무게감 있게 다뤄지는 걸 느꼈습니다.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기판이란 AI 가속기나 서버 CPU처럼 고성능 비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하기 위한 패키지 기판을 말합니다.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신호와 전력을 연결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설계 난이도가 높아 만들 수 있는 업체 자체가 소수에 불과합니다.
TSMC가 자사 AI 포럼에서 메모리 다음 병목으로 ABF 기판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칩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기판이 따라주지 않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기의 ABF 매출이 2030년까지 현재의 4~5배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출처: 모건스탠리 리포트).
삼성전기는 이미 미국 맞춤형 반도체(ASIC) 업체로부터 AI 칩용 기판 수주를 다수 확보했고, 베트남 신규 공장 가동은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됩니다. 올해만 1조 8,000억 원을 베트남 생산법인 FC-BGA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는 대덕전자가 삼성전기 다음으로 FC-BGA를 다루는 PCB 업체로, 이 구조적 공급 부족의 낙수 효과를 함께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상황에서 더 흥미로운 지점은 AI 칩의 대형화와 멀티 칩렛 구조 확산입니다. 기판 층수가 늘고 설계 복잡도가 올라갈수록 기술 진입장벽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이미 수주를 확보한 업체의 해자가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구조입니다.
삼성전기 vs LG이노텍, 어디가 더 매력적인가
이 두 종목을 비교하는 질문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어디가 더 좋냐"보다 "지금 어느 시점에 있냐"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삼성전기는 MLCC와 ABF기판(FC-BGA) 두 축이 모두 이미 실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2분기 매출 3조 4,572억 원, 영업이익 4,4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 106.8% 증가했습니다. 숫자가 이미 나오고 있는 겁니다. 모건스탠리 목표주가 262만 원 기준, 강세 시나리오에서 300만 원, 그리고 가장 보수적인 약세 시나리오에서도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8월 1일부터 출고되는 MLCC에 대해서 가격이 30% 인상되어 3분기 매출에 숫자로 증명될 것입니다.
LG이노텍은 구조가 조금 다릅니다. ABF기판 사업은 후발 주자이지만 증설과 고객사 확대를 동시에 추진 중이고, 현재 매출 규모가 작다는 점이 오히려 성장 기울기 관점에서 매력이 됩니다. 피규어 AI에 850만 달러를 투자하며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고, 보스턴다이내믹스와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적용할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에도 착수했습니다.
제가 직접 두 종목의 밸류에이션 구조를 비교해봤을 때, 삼성전기는 오늘 기준 PER이 약 27배 수준으로 향후 실적 전망을 반영한 선행 PER은 42.96배에 밑돌고 있습니다. 실적 성장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국면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2025년 15억 달러에서 2035년 37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인데(출처: 골드만삭스 리서치), 이 파이를 두 회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나눠 가져가는 구조라고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휴머노이드와 탈중국 공급망, 국내 전기전자의 새 변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빅테크들이 국내 부품 업체들을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닌 탈 중국 공급망 구축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산 휴머노이드에 대한 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대체 공급망의 중심에 한국 기업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있는 겁니다. 이는 반도체, 조선업, 방산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미국의 주요 전략 고객사에 공급할 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 시범 생산을 베트남 거점에서 시작했고, 하반기 본격 양산 체제 진입이 예상됩니다. 카메라 모듈이란 렌즈, 이미지 센서, 신호 처리 회로를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한 부품으로, 로봇이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핵심 센서입니다. AI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더 높은 해상도와 응답 속도를 갖춘 카메라 수요가 함께 커집니다.
테슬라 사이버캡(Cybercab) 공급망에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율주행 로보택시에서 카메라 모듈은 주행 안전성과 직결되는 부품이라 교체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한 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사실상 장기 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제 경우엔 이 부분을 지금 당장의 실적보다 중장기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보고 있습니다. 규제가 현재는 중국산 완제품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핵심 부품 단위로 확대되면 국내 전기전자 밸류 체인 전반이 추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삼화콘덴서, 아모텍, 아바텍 같은 범용 MLCC 업체들도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AI용으로 케파를 전환하면서 생기는 낙수 효과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삼화콘덴서는 당일 14.77%까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전기 목표주가 300만 원이 실현 가능한 수준입니까?
A. 모건스탠리 기준 강세 시나리오 목표가가 300만 원이고, 2028년 예상 PER 33배를 적용한 수치입니다. 현재 PER이 과거 고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적 성장이 지속된다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만 이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가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서의 전망이므로, 전방 수요 변화는 지속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Q. MLCC 가격 인상이 실제로 지속될 수 있습니까?
A. 삼성전기는 이미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유통채널 가격을 각각 10%, 30% 인상했습니다. BB레이쇼가 야게오 기준 2.0을 넘긴 상황에서 공급 여력이 단기간에 늘기 어렵기 때문에, 유통채널 외 직납 물량까지 가격 협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급 구조가 타이트한 한 가격 전가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Q. 삼화콘덴서 같은 범용 MLCC 업체도 지금 사도 되는 겁니까?
A. 삼성전기와 무라타가 AI용 고사양 MLCC로 케파를 전환하면서 범용 제품 공급이 줄어드는 낙수 효과는 구조적으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삼화콘덴서와 같은 종목은 이미 당일 급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단기 추격 매수보다는 업황 흐름을 확인하면서 접근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종목 투자 결정은 전문 투자 상담을 통해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Q. LG이노텍은 삼성전기 대비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A. LG이노텍의 핵심 매력은 낮은 기저에서 출발하는 성장 기울기입니다. ABF기판 매출 규모가 아직 작기 때문에, 피규어 AI 협력과 보스턴다이내믹스 공동 개발 등이 본격 매출로 연결될 경우 증가율 자체가 삼성전기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적 가시성은 삼성전기가 높으므로 리스크 성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결론
제가 이번에 삼성전기를 다시 들여다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MLCC, ABF기판, 휴머노이드 카메라 모듈이라는 세 가지 성장 축이 각각 다른 타이밍에 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터지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점화되는 구조여서, 한 축이 둔화되더라도 다른 축이 받쳐주는 포트폴리오 내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AI데이터센터 증가는 전력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서서히 진행되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은 GPU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로보택시도 유럽이나 미국 내에 관련 법안이나 안정성 문제 제기 등으로 점진적이지만 점점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현대차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도 2027~2028년 양산을 목표로 생산라인을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AI는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적용되어 가고 있고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탑재되는 고부가 MLCC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판단됩니다.
물론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너무 늦어지거나 시장에 피로감을 느껴 빨리 꺾일 경우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전망은 언제나 전제 조건 위에 서 있습니다. 다만 지금 BB레이쇼 데이터와 가격 인상 흐름, 그리고 수주 강도를 종합해 보면 적어도 이 업사이클이 초입이라는 분석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