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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 (세 번째 주인, 협상 테이블, 피지컬AI)

Investcompass 2026. 8. 31. 17:48

목차


    서론

    저는 최근 2026 CES와 로보컵, WRC 같은 로봇관련 행사에서 중국의 유니트리 같은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격투기, 댄스, 축구 같은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유니트리보다 약 10년 앞서 2013년에 초기형 아틀라스를 공개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업들의 로봇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2026년 상반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약 5만대로 전 세계 출하량의 97%를 차지 하였습니다. 저는 2013년에 초기형 아틀라스를 선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재 어디까지 기술이 진전되어있고 무슨을 진행하고 있는지, 언제 사용화가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해 찾아보던 중 눈에 띄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소프트뱅크가 현대차 그룹의 로보틱스 계약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남은 지분 9.65%에 대한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현대차 그룹이 해당 지분 인수를 진행한다는 소식과 현재 노사간 '아틀라스' 생산현장 도입을 두고 근로자들의 임금하락과 고용 안정성 우려로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이 왜 개발이 늦어졌는지, 현재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전체적인 과정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세 번째 주인이 달랐던 이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MIT 연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걷고 뛰고 균형 잡는 기계 하나에만 몰두하던 연구실이 회사로 독립한 겁니다. 군에서 연구비를 받아 4족 보행 로봇을 만들었는데, 군납 특성상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데 엔진 소음 문제로 군납 과제가 접혔습니다. 이후 이 회사는 제품이 아닌 영상으로 먼저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다가 발을 딛고 다시 서고, 문 손잡이를 돌려서 열고, 상자 위로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하는 로봇 영상으로 말입니다.

    2013년 12월 당시 구글이 로봇 회사를 여러 개 인수하고 있었고 영상으로 화재가 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인수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3년 6개월 뒤인 2017년 6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이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정확히 3년 6개월 만에 이 회사를 손에 놨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고 기술적으로 대단한 로봇 기업을 인수했는데 왜 팔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판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료를 뒤지다 보니 질문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 팔았느냐"가 아니라 "왜 못 쓰고 있었느냐"로 바꾸니 답이 보였습니다. 구글은 검색 회사고, 소프트뱅크는 투자 회사입니다. 구글은 이 로봇을 사놓고 '기술은 대단하지만 이걸 어디다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돈이 나오는지 안 보인다'라고 생각했고 소프트뱅크는 돈이 될 것 같은 자산을 인수하고 향후 가치가 올라서 값이 오르면 되파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손정의 회장이 투자하던 접객 로봇이 잘 안 풀렸고 로봇 사업 전반이 돈이 안되던 국면이 되면서 정리했던 걸로 보입니다. 둘 다 이 회사를 단순히 자산으로만 봤던 것입니다.

    그런데 로봇은 벽에 걸어두면 값이 오르는 그림이 아닙니다. 매일 어딘가에 들어가서 뭔가를 반복해야 실력이 붙고, 실력이 붙어야 값이 붙는 물건입니다. 악기로 치면 두 회사는 악기를 샀지만 무대가 없었습니다. 2020년 12월에 나타난 세 번째 주인, 현대차그룹은 달랐습니다. 전 세계에 자동차 공장 라인이 이미 깔려 있었고, 로봇한테 시킬 일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2021년 6월 지분 인수 거래가 마무리됐고, 지난달에는 소프트뱅크가 풋옵션(put option)을 행사했습니다. 풋옵션이란 계약서에 미리 적어둔 매도 청구권으로, 소프트뱅크가 남은 지분 9.65%를 현대차그룹에 되팔 수 있는 권리였습니다. 그 권리가 행사됐고, 현대차그룹은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지분 구조는 HMG글로벌이 약 62.5%, 현대글로비스가 약 12.5%, 그리고 정의선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약 2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5년 동안 정 회장이 사재로 넣은 돈만 8,000억 원 안팎으로 분석됩니다.

    • 구글(2013~2017): 기술 확보 목적, 사업화 방향 불명확으로 매각
    • 소프트뱅크(2017~2021): 로봇 사업 전반 수익성 악화로 매각
    • 현대차그룹(2021~현재): 자동차 공장 라인이라는 실전 무대 보유, 지분 100% 확보
    요약: 앞선 두 주인은 로봇을 자산으로만 봤지만,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매일 걸어다닐 공장 바닥을 이미 갖고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였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 열린 문

    제가 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가장 오래 멈춘 대목이 여기였습니다. 로봇이 공장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미국 연구소가 아니라 울산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올해 2026년 1월 CES에서 새 아틀라스(Atlas)가 공개됐습니다. 아틀라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드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기존 유압식 구동 방식을 걷어내고 전기 모터로 바꾼 모델로, 자유도(degrees of freedom) 56개를 갖췄습니다. 자유도란 로봇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를 의미합니다. 숫자가 클수록 사람에 가까운 동작이 가능합니다. 관절은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키 약 1.8m에 한 번에 50kg을 들 수 있습니다. IP67 등급으로 먼지와 물에도 버팁니다. 이 등급은 실험실 유리장 안이 아니라 실제 공장 바닥에서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출처: Boston Dynamics 공식 사이트).

    그런데 올해 생산하는 아틀라스 전량은 훈련소와 구글 딥마인드로 갑니다. 외부 고객에게 넘기는 건 내년부터입니다. 실제로 지금 돈을 벌어다 주는 건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스팟(Spot)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입니다. 스팟은 2019년부터 40개국 이상에 팔렸고, 기아 광명 공장과 현대차 울산, 포스코 광양 제철소 같은 현장에서 이미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스트레치는 컨테이너 안의 박스를 집어 내리는 로봇으로, 2022년 독일 물류 기업 DHL과 1,500만 달러 규모의 1차 계약에 이어 작년 5월 1,000대 추가 구매 양해각서에 서명했습니다.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개념이 이 흐름 한가운데 있습니다. 피지컬 AI란 화면 속에서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AI가 아니라, 몸을 갖고 실제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아틀라스가 바로 그 방향의 물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미국에 RMAC(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을 개소했습니다. RMAC란 실제 자동차 공장과 동일한 환경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결합해 제조용 AI 로봇을 훈련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설입니다(출처: 현대자동차 공식 사이트). 연말까지 부지를 현재의 10배로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로봇을 세우려면 먼저 통과해야 할 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공장 라인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올해 8월 21일, 현대차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봄부터 시작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테이블에서 새로운 항목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AI와 로봇이 늘어날 때 고용을 어떻게 지킬 거냐는 문제, 그리고 그 내용을 단체 협약에 명문화해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말로 한 약속과 종이에 적힌 조항의 무게는 몇 년 지나면 달라집니다.

    8월 25일 아침, 교섭 시작 111일 만에 노사가 잠정합의문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잠정합의란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과해야 최종 효력이 생기는 합의를 말합니다. 합의문에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 성과급 400%+1270만 원, 현대차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 원 지급, 기술직 500명 추가 채용이 담겼습니다. 제가 이 합의문에서 제일 오래 들여다본 건 돈 항목이 아니었습니다. 노사가 함께 이름을 올린 문장이었습니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같은 신기술 도입이 앞으로의 경쟁력에 필요하다." 몇 달 동안 제일 크게 부딪쳤던 바로 그 항목을 두고, 양쪽이 같은 문장에 서명한 겁니다.

    요약: 아틀라스가 공장 바닥에 발을 딛느냐 마느냐는 기술이나 돈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됐고, 111일 만에 그 문턱을 넘었습니다.

     

    피지컬AI 사업화, 아직 끝나지 않은 계산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는 통쾌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자료를 덮기 전에 감사보고서를 한 번 더 들여다봤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5년간 누적 매출은 5,022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누적 손실은 1조 7,558억 원입니다. 번 돈의 세 배 반을 까먹었습니다. 매출은 매년 늘었지만 손실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났고, 올해 1분기에는 손실이 매출의 다섯 배를 넘겼습니다. 인수 이후 가장 나쁜 분기였습니다.

    사람도 빠져나갔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곱 달 사이에 20년 넘게 로봇 몸통을 설계한 기술 총괄이 구글 딥마인드로 자리를 옮겼고, 대표와 연구 총괄 부사장, 운영 전략 책임자를 포함해 5명 이상이 사임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까지 정식 대표는 없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시로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CFO란 기업의 자금 운용과 회계를 총괄하는 임원을 말합니다.

    경쟁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무기화 거부 서한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중국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올해 8월 중국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사람 모양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상장한 중국 첫 회사이고, 작년 한 해 판매 대수가 5,500대를 넘겼습니다. 아틀라스는 지금 한 달에 4대를 만듭니다. 대수만 놓고 보면 비교가 안 됩니다.

    그래도 현대차그룹이 짜고 있는 판 자체는 다릅니다.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에 아틀라스를 실전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했습니다. 초기에는 부품 서열 작업부터 시작해 조립 영역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2028년 연간 3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로봇이 다른 로봇을 만드는 '로봇 바이 로봇' 방식의 전용 공장도 구상 중입니다.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이라는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데이터 플라이휠이란 현장에서 수집한 실전 데이터를 AI 학습에 다시 투입하고,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현장 로봇에 배포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말합니다. RMAC에서 쌓은 데이터가 그 출발점이 됩니다.

    RAI(Robotics & AI Institute), 즉 보스턴 다이내믹스 AI 인스티튜트 지분은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됐습니다. 선행 연구 조직보다 실제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재편입니다. 구글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판 지 10년 만에 구글 딥마인드와 손을 잡아 아틀라스에 AI를 얹기로 한 것도 이 흐름의 연장입니다. 10년 전엔 사겠다고 왔고, 이번엔 두뇌만 얹어 주러 왔습니다. 몸이 이미 다른 집에 가 있으니까요.

    요약: 적자는 계속되고 인재 이탈도 있었지만, 현대차그룹은 공장 라인과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를 토대로 2028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사업화 판을 짜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스턴 다이내믹스 몸값이 30조라는 말이 맞나요?

    A. 제가 직접 공시를 따라가 봤는데, 그 숫자는 잘못된 나눗셈에서 나온 추정치입니다. 실제로 돈이 오간 계약은 두 건입니다. 2021년 인수 당시 회사 전체 가격은 약 1조 2,571억 원이었고, 올해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 금액은 약 5조 1,786억 원이었습니다. 30조는 검증된 수치가 아닙니다.

     

    Q. 아틀라스는 지금 살 수 있나요?

    A. 아직은 아닙니다. 올해 생산 물량은 전량 훈련소와 구글 딥마인드 연구 목적으로 들어갑니다. 외부 고객 판매는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지금 상업 판매 중인 건 스팟과 스트레치입니다.

     

    Q. 현대차 노조가 로봇 도입에 합의한 건가요?

    A. 정확히는 잠정합의입니다.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과해야 최종 효력이 생깁니다. 합의 내용에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신기술 도입이 경쟁력에 필요하다는 문구가 담겼고, 동시에 신규 채용과 기술직 증원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어느 한쪽이 이긴 협상이 아니라 양쪽이 조건을 맞춘 것으로 봐야 합니다.

     

    Q. 중국 유니트리가 더 앞서 있는 거 아닌가요?

    A. 대수로는 맞습니다. 유니트리는 작년 한 해 5,500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팔았고, 아틀라스는 지금 월 4대를 만듭니다. 다만 두 회사가 노리는 시장이 다릅니다. 유니트리는 저가 보급형 시장을 공략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동차 제조 라인이라는 특정 산업 현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크게 될지는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제 생각에는 아직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이 매출로 찍히려면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되고 최근 중국 로봇의 기술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공산당 산하 유일 합법 노조중심의 구조로 한국처럼 노조가 회사의 로봇 도입을 거부하거나 파업을 사실상 할 수가 없어서 공장 자동화와 로봇 도입 속도가 빠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겨우 자리 하나를 잡았습니다. 로봇 훈련소는 올해 6월에 문을 열었고, 8월에 본격 가동 예정입니다. 공장 라인 실전 배치 목표는 2028년으로 아직 앞에 있습니다. 노사 합의도 오늘 열린 문이 1년짜리라는 걸 감안해야 합니다. 협상 테이블은 해마다 다시 열립니다. 저는 아틀라스의 양산과 현장 투입에 앞서 이 모든 문제들을 하루빨리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노사 간 합의가 하루빨리 이루어 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 국가 안보와 자국 기업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규제를 넓혀가고 있는 만큼 중국이 전 세계 로봇 점유율이 97%라고 해도 결국 '누가 더 좋은 품질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돈이 되는 무대를 빨리 점령하는가'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에서 건진 건 하나입니다.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매일 발을 딛고 설 무대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고 돈이 되는 무대를 이미 현대차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차의 아틀라스가 무대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저는 아틀라스의 변화를 계속해서 추적 관찰할 예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f1Hf3dtDys